보라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‘시간을 조각하는 드로잉’이라고 말합니다. 드로잉은 2차원의 평면에서, 조각은 3차원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의 작업은 어떻게 두 차원을 오가는 걸까요? 그는 평면이 아닌 공간에서 드로잉을 하고, 그 드로잉을 통해 시간의 윤곽을 조각해 드러냅니다. 그런 작업이 어떻게 가능한지, 그가 어떻게 이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? 지금 보라리 작가를 만나보세요!
Q. 털실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 계기?
A. 저는 그림을 공부로 배웠잖아요. 그게 어느 순간이 되니까 아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나?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뭔가? 내가 원하는 예술, 그림이 뭔가? 막 고민을햇던 것 같아요. (……) 색깔을 천재적으로 쓰시는 분들도 있고 자유롭게 페인팅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페인팅에서 벗어나고자 공간에다가 직접 그림을 그려보자. 뜨개질이라는 게 수학적으로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입체가 되고 이러잖아요. 그래서 이걸로 드로잉을 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.
그림 작가 이치카와 사토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‘거침없음’일 것입니다. 스무살에 ‘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, 또 할 수 있는지 알고자’ 모국 일본을 떠난 그녀는 프랑스에서 그림을 만나고 한평생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. 어떻게 그런 결심이 가능했을까요? 그녀는 아직 아무 것도 해보지 않은, 가능성으로 꽉 찬 자신에게 ‘탐험할 시간’을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. 피아노 연주가 좋은지, 요리가 좋은지, 혹은 그림이 좋은지 모두 겪어봐야 안다는 것을 그녀는 스무살의 나이에도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. 시간에 이끌려 다니기 보단 시간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그려 나간 그림 작가 이치카와 사토미를 소개합니다.
cr. Telerama
_이치카와 사토미
194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나 1971년 프랑스로 건너가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. 자연과 교감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데 탁월한 화풍을 갖고 있습니다. 지금까지 70권 이상의 그림책을 그렸으며,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. <봄의 노랫소리가 들린다>로 이와나미 출판문화상을, <달려라 앨런>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과 파리 시장상을 받았습니다. 현재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 살면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.
_출처 : 알라딘
Q.공부 대신 그림을 그리겠다는 자기 확신이 어릴 때부터 있었던 건가요?
A.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, 뭘 하고 싶은지 어릴 때부터 정확히 알고 확신을 갖는 게 가능한가요? 어릴 땐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요. 생각하고 탐험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죠. (……) 그땐 제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. 꿈이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손에 잡힐 때까지 탐험하는데 시간을 쓰기로 결정한 거예요. 성숙해지려면 시간을 써야 해요. 생각할 시간을 허락하지도 않고, 꿈을 찾으라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죠.